기후 재난, 감염병, 디지털 정전, 경제 위기, 에너지 위협…
현대의 도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위협과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도시는 ‘계획대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제 도시는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바로, "도시 회복력(urban resilience)"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늘은 ‘리질리언스 시티’의 핵심 개념인 도시 회복력의 정의, 발전 배경, 평가 기준, 그리고 실제 도시 정책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개념은 원래 생태학, 심리학, 물리학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어떤 시스템이 충격을 받았을 때 원래 상태로 복귀하거나 새로운 균형 상태로 적응·변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도시 회복력은 이러한 개념을 도시계획 및 정책에 적용한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도시 회복력은 ‘자연재해, 사회·경제적 위기, 기술적 장애 등의 충격에도 기능을 유지하고, 신속하게 대응·복구하며,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도시의 역량"을 뜻합니다.
이 개념이 처음 체계적으로 도시 맥락에서 논의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특히 2010년 이후 유엔재해위험경감전략기구(UNDRR), 세계은행, 록펠러 재단 등이 각종 재난과 복합위기 대응의 틀로서 ‘도시 회복력’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록펠러재단은 ‘100 Resilient Cities’라는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를 출범시키며 회복력 전략을 도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부산, LA, 뉴욕, 런던, 멜버른, 요하네스버그 등 다양한 도시들이 각자 지역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장기 전략 수립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도시 회복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물리적 시스템의 회복력
건축물, 교통망, 통신시설, 수도·전기 등의 인프라가 외부 충격에 대응하거나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구조인지 평가합니다.
예: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 등
2. 사회적 회복력
주민 간의 신뢰, 공동체 활동, 정보 공유 구조, 취약계층 보호 시스템 등 ‘사회적 자본’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예: 재난 시 상호 구조 체계, 커뮤니티 기반 대응 매뉴얼
3. 경제적 회복력
경제 구조의 다양성, 기업 복원력, 고용 안정성, 보험·지원체계 등을 의미합니다.
경제적 충격이 닥쳤을 때 민간과 공공이 버틸 수 있는 능력입니다.
4. 제도적 회복력
행정의 대응 속도, 정보 체계의 개방성, 시민 참여 제도, 정책의 유연성 및 장기 전략 수립 여부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요소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복합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태풍 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시의 전력망이 독립적이고 모듈화되어 있으면 일부 구역은 정상 가동이 가능하고, 주민 커뮤니티가 자발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정부의 도착 전에 자체 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도시 회복력은 도시 지속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미래 세대의 자원을 고려한 균형 있는 성장이라면, 회복력은 위기에 대한 ‘적응과 전환 능력’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둘은 서로 보완적이며, UN-Habitat, OECD, World Bank 등은 최근 도시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Resilient and Sustainable Cities’를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시 회복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지표들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UNDRR의 MCR(Making Cities Resilient) Scorecard, OECD의 Urban Resilience Framework, World Bank의 Urban Resilience Index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 도시의 위기 대응계획, 인프라 분산성, 정책 유연성 등을 점검합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개념에 대한 정책 반영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2016년 ‘100 Resilient Cities’ 참여 이후 도시 회복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미세먼지, 폭염, 감염병 대응, 도시열섬 현상 완화, 방재 인프라 개선 등 다양한 회복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해수면 상승, 항만 연계 재난 시나리오에 대비한 도시계획 수립을 시도 중입니다.
마치며
도시 회복력은 ‘문제 이후의 복구’가 아니라, ‘문제 이전의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회복력 있는 도시의 진정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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