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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재탄생 리질리언스 시티(4) 도시 설계에서의 커뮤니티 역할

by 이슈킹 온라인 비즈니스 2025. 5. 17.

도시 회복력의 진정한 출발점은 거대한 인프라도, 복잡한 기술도 아닌 "사람"입니다.

어떤 도시가 재난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어떤 도시는 오래도록 무기력한 이유는 기술이나 자원 이전에 "그 안에 사는 사람들 간의 연결과 신뢰"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오늘은 도시 설계에 있어 커뮤니티가 어떤 방식으로 회복력의 중심축이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도시 회복력에 있어 커뮤니티는 ‘위기 대응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위기 관리의 능동적 주체’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1. 회복력 있는 도시는 ‘사회적 자본’ 위에 세워진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신뢰, 네트워크, 상호지원, 공동의식 등 커뮤니티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비형식적 힘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유사한 피해를 입은 마을 중 일부는 구호가 제대로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주민 간 신속한 협조로 빠르게 복구되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은 정부나 NGO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복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쿄대 도시재난연구소는 "복구 속도는 정부 자원보다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밀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 커뮤니티 기반 공간 설계

도시의 물리적 구조는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고 커뮤니티의 질을 결정합니다.

회복력을 고려한 도시 설계는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 ‘서로를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 골목 중심의 이웃 연결형 주거단지

• 커뮤니티 거점 공간(마을회관, 공유주방, 커뮤니티센터)

• 평상시에는 주민활동 공간, 위기 시에는 대피소로 전환 가능한 다기능 구조

 

이러한 설계는 주민들 사이에 신뢰를 쌓고 위기 시 자발적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재생사업’, 암스테르담의 ‘공공의 안마당(hofje)’ 설계 모델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3. 커뮤니티 참여형 재난 대응 시스템

도시는 점점 더 "탑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 중심"의 회복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베시는 지진 이후 각 동 단위로 자치방재조직을 구성하여 주민이 직접 재난대응 훈련, 비상물자 확보, 대피경로 확인을 주도합니다.

이 조직은 지자체와 연계된 정보망에 포함되어 위기 발생 시 지휘체계에 실제로 참여하게 됩니다.

서울 노원구 역시 지역 기반 ‘재난 안전 공동체’를 구성해 평소에는 노인·아동 돌봄, 교육 활동을 하면서 위기 발생 시에는 지역 인프라 모니터링, 응급대피소 운영 등 실제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를 실험 중입니다.

 

4. 사회적 취약계층 중심 회복력 설계

회복력은 평균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도시는 재난 시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비문해자, 독거노인 등 정보 접근과 물리적 이동이 어려운 집단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커뮤니티 기반 회복 설계는 이러한 취약 계층과 연결된 ‘이웃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도움 요청, 대피 동행, 정기 체크 체계를 갖추도록 합니다.

서울시의 ‘안전돌봄이’ 사업은 독거노인을 전담 이웃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위기 시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5. 커뮤니티 주도의 정책 피드백 시스템

도시 회복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실제 주민의 의견과 경험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 성북구는 ‘재난 회복력 주민평가단’을 구성해 각 커뮤니티별 위험 요인 조사, 개선 제안, 정책 모니터링을 시민이 직접 수행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시민은 감시자’라는 기존 구조를 넘어 ‘시민은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확장시키는 모델입니다.

 

마치며

회복력 있는 도시는 강한 도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의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연대, 참여가 존재해야 합니다.

기술과 제도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결국 도시를 지키는 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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